2004년 가을 공연은 유난히 내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. 힘들었던 가을 학기, 휴학을 하고 학교에 남아 창동 마지막 메인 공연을 준비했었다. 늦게까지 계속되는 연습으로 아침 느지막히 눈을 뜨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밥을 대충 떼운 뒤 동방으로 향해서 저녁 늦게까지, 그러니까 합주가 있기 전까지 외로이 타이어를 쳤다. 실은 그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 밖에 없었지. 밤 늦게 하나 둘 애들이 모여 합주를 할 때 즈음되면 눈이 침침해져서 악보가 흐리게 보일 정도로 연습을 해야 했었다. 마지막 공연이라는, 괜시리 감상적인 단어에 동화되어서 친구들도 그 어느때보다 자신들을 바쳐서 열심히 연습했었다. 짜증나는 일도 많이 있었고 너무 실망스러운 모습에 화가 잔뜩 나서 폭발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린 지난 날의 모습들.
좀 전에 용후랑 이야기하다가 그 때 이야기가 나와서 실황을 주욱 들어봤다. 4년이 더 지난 시간이라 생소하게 들릴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, 나도 모르게 손 발이 리듬을 기억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. 난 특히 우진이가 부르는 곡들을 좋아했는데 지금 들어봐도 참 명곡이고 잘 불렀다. 그리고 용후와 지동이랑 같이 트리오를 했던 fly to the moon, 현아의 antonio's song 과 마지막 곡이어서 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르고 연주했던 전야제. 지금 이 곡들을 들을 수 있게 녹음을 정성스럽게 해주신 용민이 형이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다. 형이 아니었다면 그때 우리의 시간은 저 먼 기억 속에서만 재생할 수 밖에 없었겠지.. 형 덕분에 나를 꺼내어 읽을 수 있고 형 덕분에 아름다운 과거로 돌아가볼 수 있었다. 무대조차 보이질 않는 저 먼 녹음실에서 홀로 음향 기기들과 씨름하며 후배들에게 좋은 선물을 남겨주고자 자신을 희생한 용민이 형이 이제서야 진심으로 고맙게 느껴진다. 진심으로. 나는 그런 선배였는지 반성해보게 되네.
혼자 하는 사랑
난 널 사랑해
fly to the moon
play that funky music
antonio's song
전야제

